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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자양화와 아키하
왠지 오빠가 이상하다――아키하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슬슬 봄도 지나, 눅눅한 장마가 시작될 무렵의 일이었습니다.
어디가 어떻게 이상한지는 지적할 수 없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평소 그대로의 시키입니다.
아침에는 아키하가 기다림에 지치기 직전에 일어나서, 같이 차를 마셔 줍니다.
저녁에는 정원에서 같이 점심식사를 즐기며, 여름엔 여행을 가자는 등의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밤에는 코하쿠와 히스이도 끼어 잡담을 나누면서, 세 방향으로부터의 공격에 상냥한 쓴 웃음으로 응해 줍니다.
그런 평소 그대로의 시키였습니다.
하지만, 뭔가 비밀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아니, 시키도 그럴만한 나이고 상대가 아무리 아키하라 할지라도 비밀 한 두개는 있겠죠.
아키하는 시키가 밤중에 저택을 빠져나가 아리히코와 라면을 먹으러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돈을 벌 생각이겠죠, 작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도.
하지만 아키하가 제일 좋아하는 오빠의 새로운 비밀은 그것들과는 다르다고 생각되는 것입니다.
어느 흐린 날, 아키하는 복도에서 시키를 보았습니다.
1층 복도를 시치미 뚝 뗀 표정으로 걸어 갑니다. 하지만 아키하는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저 얼굴은, 뭔가 비밀을 감춘 얼굴이라고.
어찌되었든 시키와 아키하는 하나의 생명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의도가 있다해도 빤히 느껴집니다.
아키하는 발소리를 죽이며 시키의 뒤를 쫓기 시작했습니다.
시키는 안뜰로 나갔습니다. 나간 곳에서 사방을 살피는 등, 이미 아슬 아슬 범죄자입니다.
아키하는 마음 속으로 시키의 유죄를 확정지었습니다. 문제는, 어떤 죄를 지었는가 입니다.
시키는 뒤뜰로 나아갔습니다. 아키하도 안뜰에서 나와 그 뒤를 밟습니다.
미행 도중에 시키는 연못 근처에서 멈춰섰습니다.
이번 봄에『어차피 물이 고이기 쉬울 테니까』라며 시키의 적당한 제안으로 만들어진 연못입니다.
깔끔히 손질한 주변에는 원예업자가 손보고 있는 관목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연못에 풀어둔 작은 물고기가 첨벙하고 튀어올랐습니다.
시키는 관목 옆으로 허리를 굽히고서, 뭔가에 손을 내밀며 쯧쯧 혀를 찹니다.
그 이상함의 대폭발적 행동을 몇번인가 반복했을 때였습니다.
관목 아래의 풀숲이 바스락 소리를 내며 자그마한 형체가 드러났습니다.
「뭐....」
엉겁결에 작은 소리를 내버렸습니다.
그것은 손에 얹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얼룩 무늬 아기 고양이였던 것입니다.
「이리 오렴」
시키는 아키하를 눈치챈 기색도 없이 아기 고양이를 불렀습니다.
시키의 의사를 이해한 건지 어떤 건지 아기 고양이는 야옹거리며 다가옵니다.
시키는 주머니에서 무언가의 조각을 꺼내어 고양이에게 줍니다.
아마 드라이 타입의 캣 푸드겠지요. 오독 오독, 아기 고양이가 갉아먹는 소리가 계속됩니다.
시키는 무심하게 먹이를 먹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흐뭇해하며 쳐다보고 있습니다.
손으로 살짝 등을 쓰다듬습니다.
그 안쓰러운 모습에 아키하의 가슴이 쿡, 하고 아파왔습니다.
어떠한 경위로 인해 시키가 숨겨주고 있는 거겠지요. 상냥한 시키입니다.
분명 뭔가의 이유로 부모와 떨어져 도저히 혼자서는 살 수 없을 듯한 아기 고양이를 발견해버려서, 아무래도 놔둘 수 없었던 거겠죠.
정말 오빠다워, 하고 아키하는 마음대로 상상하며 마음대로 납득해버렸습니다.
「미안, 저택에 들여보내 줄 수 없어서」
손으로 아기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시키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우리 집 아가씨가 고양이를 싫어하거든, 널 발견하면 쫓아내버릴 거야」
아키하는 조금 울컥했습니다. 확실히 아키하는 작은 동물을 저택에 들이지 않습니다.
언제였나, 저녁 티타임에서 고양이라도 길렀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만 대번에 끊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아기 고양이를 내쫓아버릴 정도로 냉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대신 시키를 탓하겠지만요......
「게다가, 코하쿠 씨한테 작은 동물을 보이면 위험하니까.....어떤 약을 먹게 될런지 알 수가 없어」
그것에는 무심코 동의해버리는 아키하입니다. 코하쿠는 요상한 약을 만들어서는 몰래 시키들에게 먹여보거나하는 나쁜 버릇의 소유자입니다.
대개는 결국 무해한 것입니다만 가끔씩 곤란한 작용을 하는 것도 있어서 아키하도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키하가 고양이를 기르고 싶어하지 않는 것에는, 코하쿠에게 작은 동물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 아키하의 부친이 저지른 소행이 그녀로 하여금 고양이를 멀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넌 눈치채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옛날에 이 저택에서는 네 친구들이 많이 살해당했어」
시키의 사고도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 괴로운 듯이 이야기를 합니다.
시키는 작년 사건 뒤에 자주 아버님이 남긴 수기를 읽어서 그 일을 안 것 같았습니다.
「그걸 코하쿠 씨는, 매일 같이 보아 온 것 같아. 눈 앞에서 너 같이 작고 귀여운 생물이 살해당해간다. 그런데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니, 도대체 얼마나 괴로웠을까.
난 코하쿠 씨에게도, 아키하에게도, 히스이에게도, 그런 싫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싶지는 않아. 웃으며 살 수 있는 지금을 소중히 여기고 싶어. 어두운 과거 따윈 두번 다시 떠올리게 하고 싶지 않아. 모두가 있는 이 순간을 지켜주고 싶어. 그러니까, 미안, 너를 저택에 들일 수는 없단다」
시키는 아기 고양이를 안아올려선 잠깐동안 무릎 위에서 달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안아올려주고 발밑에 살짝 내려놓습니다.
「그럼 갈게. 비가 올 것 같은데 젖지 않도록 몸 조심해」
아기 고양이에게 상냥하게 말을 건넨 뒤 시키는 일어섰습니다.
아키하는 재빨리 나무 그림자에 숨었습니다.
시키는 눈치챈 기색도 없이, 저택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걸어 갔습니다.
나무 그늘로부터 몸을 드러낸 뒤 아키하는 연못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아기 고양이는 아직 잔디 위에 엎드려 있습니다만, 아키하 쪽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아키하는 아기 고양이에게 가까워지자 허리를 굽혀 내려다봅니다.
아기 고양이는 귀를 쫑긋 세우고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 아기 고양이를 안아올려 귀여워하던 시키를 떠올렸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눈썹을 치켜올려버립니다.
아기 고양이는 무서워서, 그러나 무서운 나머지 도망치지도 못하고 귀를 내려버렸습니다.
「――라니, 바보 같아」
갑자기 바보같아져서 아키하는 어깨를 떨궜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고양이한테 질투를 해버리다니.
자신의 철없음, 시키가 연관됬을 때의 여유 없음이 싫어져 버리는 아키하였습니다.
「자, 이리와요」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고양이에게 손을 내밉니다, 시키가 그랬던 것처럼.
아키하도 그럴만한 나이의 여자아이이기 때문에 귀여운 것은 너무나 좋아합니다.
아기 고양이는 아직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경계하면서도 아키하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등을 살짝 쓰다듬어 줍니다.
부드러운 소녀의 손은 역시 기분좋은 걸까요. 아기 고양이는 야옹, 하고 울었습니다.
「당신은 좋겠네요, 오빠한테 응석부리고 싶은 만큼 응석부릴 수 있어서」
아까 자신의 철없음을 부끄러워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고양이에게 넋두리하는, 도무지 철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아키하입니다.
「저도 오빠한테라면 성가시기만 한 여동생일 거에요. 뭔가 말하기만 하면 가장 티를 내면서, 오빠의 생활을 속박하고....저도 당신처럼 오빠한테 응석부리고 싶은 만큼 응석부릴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오빠도, 그 편이 속 편할 텐데」
똑같이 속박한다면 가장으로서 속박하는 것 보다, 연인으로서 속박하는 쪽이 시키는 기쁠 것입니다.
그것은 아키하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솔직히 표현할 수 없는 소녀가 아키하라는 소녀입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밤에는 서로 몰래 만나 침대 위에서 응석에 응석을 부리고 있습니다만.
「후후후, 바보네요. 당신한테 푸념해봤자 소용이 없는데」
아키하는 자조의 기분으로 말합니다. 아기 고양이의 코를 살짝 쓰다듬자,
아기 고양이는 이상하다는 듯이 아키하를 올려다봅니다.
문득 얼굴을 들어올렸습니다. 연못에 작은 작은 파문이 번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손을 하늘로 내밀어 확인해 보니 역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의외로 빗방울은 큰 모양입니다.
일어나서 연못을 바라보니 점점 더 빗줄기는 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큰일이네, 젖어버리겠어」
아키하는 걸음을 돌려 저택 쪽으로 돌아가려했습니다.
하지만, 문득 마음에 걸려 뒤를 돌아보니 아기 고양이는 관목 근처를 서성이며 아키하 쪽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당신도 빨리 돌아가세요. 아니면, 따라 오고 싶어요?」
아기 고양이는 야옹, 하고 울었습니다 . 딱히 아키하의 말에 동의한 것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이 빗 속에서는 관목 풀숲에 들어가도 젖어버릴 터.
아기 고양이의 몸에 그건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정말, 오빠도. 기른다면 길러서. 확실히 젖지 않도록 신경 써주면 좋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자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됩니다. 결국 아키하는 아기 고양이에게로 손을 내밀어 고양이를 안아올렸습니다.
아기 고양이는 어른스럽게도 가만히 있습니다. 그 작고, 약할 듯한 몸.
힘을 주면 부서져버릴 것 같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부친의 소행을 떠올리게 만들어서 무심코 몸이 움츠러 들었습니다.
하지만 기분을 새로이 하고 아키하는 아기 고양이를 안은채 저택 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연못 부근에는 정자가 있습니다. 확실하게 지붕이 있는 여기라면 비를 견뎌낼 듯 싶습니다.
아키하는 정자 벤치에 걸터앉아, 테이블에 살짝 아기 고양이를 내려놓았습니다.
「여기라면 괜찮을 거에요. 확실하게 지붕이 붙어있는 집이죠」
아기 고양이에게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어, 약간 못된 장난을 하듯 말합니다.
아기 고양이는 아키하에게 얼굴을 내밀고 뭔가 찾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만,
얼마지나지 않아 아키하의 무릎으로 홱 뛰어듭니다.
그러고보니 고양이는 1년에 3번 밖에 덥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기온은 아키하에게는 적당한 기온입니다만, 아기 고양이에게는 추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키하는 주머니 속에서 주머니를 꺼내 아기 고양이의 신체를 세심하게 닦아줍니다.
그리고 무릎 위에 둥글게 웅크려버린 아기 고양이의 등을 귀여운 듯이 살짝 쓰다듬습니다.
아기 고양이는 기분 좋은 듯 눈을 감고 있습니다.
정자에는 벽이 없습니다. 바람이 강해지면 비가 들이치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바람은 온화합니다. 그런 걱정은 없습니다.
테이블도 벤치도 손질이 잘 되어있습니다.
평상시엔 잘 보지 않는 곳도 대충 넘기지 않는 히스이의 프로페셔널리즘에는 경의를 표합니다.
저택 쪽을 바라보니 일부러 시야를 가로막는 듯, 자양화가 심어져 있습니다.
때마침 꽃이 피는 시기에 청자색 선명한 꽃잎이 이 빗 속에서 젖어들고 있습니다.
바로 옆에는 아직 피기 시작하는 하얀 꽃잎도 드문 드문 보입니다.
바람에 실려 꽃내음이 감돕니다.
조용합니다.
아키하는 빗소리만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아기 고양이의 등을 살짝 쓰다듬고 있었습니다.
「당신을 저택에 데려가주고 싶지만, 코하쿠의 반응이 걱정이에요」
아키하는 무릎 위의 아기 고양이게 말을 겁니다.
「오래 전, 아버님이 살아 있으셨을 무렵 당신 같은 아기 고양이를 사와선,
정말 입에 담을 수 없는 처참한 방법으로 죽여버렸던 적이 있었어요.
코하쿠는 매일 그걸 눈 앞에서 보아왔고....
만약을 당신을 본다면, 그 때의 싫은 기억이 되살아나겠죠」
그건 코하쿠에게는 괴로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코하쿠는 모두에게 약을 타 먹이거나 합니다.
하지만 그건 과거의 비참한 기억을 웃음으로 바꿈으로서 회피하려하는, 코하쿠 나름의 계획인 것입니다.
아키하는 알고 있습니다. 근처 도둑 고양이에게――뭐 *마타타비 종류겠죠――뭔가를 먹여서 취하게 만들고선 웃는다는 것도, 그런식으로 코하쿠 나름의 괴로움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고양이에게는 성가신 이야기겠지요.
하지만 코하쿠는 그렇게 해서 자신 안의 어두운 충동과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거기에 이런 작은, 약한 생명을 보인다면.....코하쿠는 부서져버릴 지도 몰라, 하고 아키하는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부서지지 않아도 옛 기억을 떠올려 이상해진 코하쿠를 보는 것은 아키하에게는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물론, 시키나 히스이에게도 무척 괴로운 일이겠죠.
그리고 이 아기 고양이에게 무척 위험한 일일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응?」
아키하는 무읖 위의 아기 고양이에게 말을 겁니다.
「코하쿠도 여자 아이니까 분명 당신을 귀여해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당신을 보고 옛날 싫은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도 괴롭겠죠.
코하쿠는, 당신들과 잘 어울릴 수 없는 것 같아요.
당신을 본다면 마음의 밸런스가 무너져버리겠죠」
아기 고양이는 한쪽 귀만을 쫑긋 세웠습니다만, 금방 내리고서 잠이 들어버린 것 같습니다.
아키하는 그런 아기 고양이의 등을 몇번이고 쓰다듬으면서 촉촉히 내리고 있는 비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비는 자양화 위에도 떨어집니다. 자양화는 햇살 아래서 보는 것 보다 비를 맞고 있을 때 쪽이 아름답다고, 아키하는 생각했습니다.
자양화는 꽃 색깔을 변화시킵니다. 토양의 PH 변화에 비교적 민감하게 반응하는 꽃이라고 들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시기에는 토양의 PH치도 변하기 쉽기때문에 자양화도 그 색깔을 변화시켜 가는 것입니다.
그래, 꽃조차 색깔을 변화시켜 갑니다.
아키하는 갑자기 그것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여기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웅크리고 있을 뿐인 자양화조차 그 꽃의 색깔을 변화시켜 갑니다. 그러니까 분명, 코하쿠도 변해갈 거에요.
그래도 코하쿠에게는 히스이가, 시키가, 그리고 아키하가 곁에 있으니까.
햇살과 같이 따뜻하고, 비와 같이 끈기 있게 같이 시간을 보낸다면 분명 코하쿠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아키하는, 시키는, 그리고 히스이조차도 코하쿠에게는 작은 동물이 접근하지 못 하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코하쿠가 위해를 가하지 않도록, 그리고 코하쿠가 부서져버리지 않도록, 그렇게.
확실히 코하쿠는 작은 동물에게 약을 넣은 먹이를 주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코하쿠도 사실은 그런 것은 싫을 것입니다.
그저 꼭 껴안아서 귀여워해주고 싶을 거에요.
하지만 과거의 비참한 과거가 코하쿠로 하여금 삐뚤어진 행동을 취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확실한 생물과의 교제 방법을 코하쿠에게 가르쳐 주면 됩니다.
위해를 가하지 않도록 곁에 붙어서, 과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하면서.
코하쿠의 고통이 사라져, 이윽고 이 아기 고양이를 안고 그 따스함을 느낄 수 있게 될 때까지.
아키하도, 시키도, 그리고 히스이도, 코하쿠를 상처입히지 않는 것만 생각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길을 놓치고 있던 것입니다.
아기 고양이와의 만남만으로 그것이 완전히 극복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첫걸음은 반드시 코하쿠의 커다란 상처를 치료하는 길로 이어져 갈 것입니다.
우리들은 겁쟁이였어, 라고 아키하는 생각했습니다.
코하쿠에게 필요한 것은 그녀를 가로막는 벽이 아니라, 몇번이고 굴러도 도움받을 수 있는 도움의 손길인 것입니다.
「코하쿠가 당신을 안게해도 괜찮을까?」
아키하는 눈을 감고 있는 아기 고양이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당신을 지켜줄게요. 그러니까, 코하쿠에게 당신의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길 바래요」
아키하는 아기 고양이의 등을 상냥하게 쓰다듬습니다.
아기 고양이는 이해했다는 의미는 아니겠지만, 귀여운 꼬리를 살랑하고 흔들어 보였습니다.
고양이를 무릎에 앉힌채로 아키하는 조용한 웃음을 띄우며 늘어짐에 몸을 맡깁니다.
눈을 감고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마음은 평온해지고 몸에서 힘이 빠져나갑니다.
어느덧 아키하의 마음은 빗소리에 녹아갔습니다.
계속해서 내리는 비 속에서 자박 자박 *조리 소리가 가까워져 왔습니다.
고풍스러운 우산을 쓰고 빗 속을 걷는 기모노 차림의 소녀는 코하쿠였습니다.
코하쿠는 정자 쪽으로 접근해 왔습니다. 목적은 물론 아키하였습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는데도 아키하의 모습은 저택에 보이지 않는다..
역시 걱정하고 있는 시키와 분담하여, 아키하가 있을만한 장소를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저택 안에 없고, 그럼에도 외출한 흔적이 없다면 있을만한 곳은 두 군데였습니다. 별채와 정자 뿐입니다.
별채 쪽은 시키가, 정자 쪽은 코하쿠가 조사하러 온 것입니다.
정자 안을 들여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주인이 있었습니다.
드물게 온화한 표정으로 앉아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어머나」
코하쿠는 쿡쿡 웃으며 우산을 접고 정자로 발을 내딛었습니다.
아키하가 이런 틈을 보이는 건 설령 코하쿠 앞이라 할지라도 드문 일입니다.
감기가 들지 않도록 모포라도 가지고와서 덮어드릴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키하의 무릎에서 뭔가가 테이블로 뛰어들었습니다. 아기 고양이입니다.
「뭐, 뭐」
코하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리고나서 아기 고양이에게 살며시 다가갑니다.
아기 고양이는 큰 경계심도 없는 듯 코하쿠를 무심하게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그런 무방비한 모습에 코하쿠는 무심코 손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그 손이, 아기 고양이와 함께 자신의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갸냘픈 코하쿠의 손과 비교해 보더라도 아직 작은 아기 고양이의 모습.
손으로 감싸쥐어버리면 ――간단히 비틀어 죽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하쿠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습니다.
옛날, 눈 앞에서 참살당했던 아기 고양이들의 모습을 반사적으로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참살을 반복하는 옛 주인의 모습도.
자신 안에 그와 같은 어두운 충동이 살아숨쉬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린 코하쿠는 얼굴을 일그러뜨렸습니다.
웃고있다고도, 울고있다고도 할 수 없는 얼굴입니다.
표정을 억누르지 못 하고 손이 떨립니다. 만약 이 아기 고양이를 안아버리면,
코하쿠는 자신도 모르게 부숴버리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두려워했습니다.
그 연약한 몸을 이 손으로 부숴버리는 게 아닌지, 하고.
그만큼 깨끗히, 간단하게 살해당한 고양이들의 모습이 코하쿠의 뇌리에 강하게 새겨져있습니다.
언제나처럼 마타타비 종류로 취하게 만들어버리곤 웃음으로 회피하는 방법도 쓸 수 없습니다.
그 정도로 아기 고양이의 눈동자는 무방비 상태에다 사랑스러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코하쿠의 시선에는 그와 같을 정도로 무방비 상태인 주인의 모습도 들어가 있었습니다.
아까까지 아기 고양이를 안고있었기 때문일까요.
그 얼굴은 너무나 평온하고, 사랑스러운 얼굴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코하쿠가 앞으로 지키자고 은밀히 마음 속으로 다짐했던 것.
아키하가 코하쿠의 진의를 알면서도 쭉 곁에 있어주었을 때 코하쿠는 앞으로의 일생을 아키하를 위해서 살자 결심했던 것이었습니다.
그 잠든 얼굴을 보는 동안 코하쿠의 마음 속에 간신히 앞으로 다가갈 용기가 생겼습니다.
코하쿠는 떨리는 손을, 아기 고양이에게 내밀었습니다.
아키하를 소중히 여기는 것과 같이 이 아기 고양이도 지켜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 분명 괜찮을 거야――
아기 고양이는 뭔가를 살피듯 코하쿠를 쳐다보았지만, 코하쿠의 손이 이르러도 도망치지 않습니다.
코하쿠는 그 손으로 살짝, 아기 고양이를 감싸안았습니다. 그 작음, 연약함.
무의식 중에 손이 떨립니다.
코하쿠의 뇌리에 과거 주인의 손에 비틀려 살해당한 작은 생명의 모습이 또 다시 되살아납니다.
하지만 그 눈을 현재의 주인이 잠든 얼굴로 가져갔을 때, 코하쿠 속에 따스한 마음이 흘러들어옵니다.
히스이를, 시키를, 그리고 아키하를 소중히 생각하는 것처럼 이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길 수 있을 것입니다.
코하쿠는 그 손 안에서 따스함을 느꼈습니다.
아기 고양이는 조용히 숨을 쉬면서도 어른스럽게 가만히 있습니다.
마침내 코하쿠는 아기 고양이를 안아올려서 눈 앞으로 데려왔습니다.
아기 고양이는 코하쿠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고양이 님」
코하쿠가 그렇게 부르자 아기 고양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작은 혀로 코하쿠의 코를 핥았습니다.
작은 생명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을 실감하자 부수고 싶은 마음따윈 파편조차 없어지고 단지 지켜주고 싶다고,
코하쿠는 무심코 눈물을 머금었습니다.
아기 고양이에게 살짝 뺨을 댑니다.
아기 고양이를 살짝 테이블로 돌려보냅니다.
이 이상 안고있으면 자신이 이상해져버릴 것 같습니다.
지금은 여기까지입니다.
아기 고양이는 테이블 위에 서서 그 귀여운 눈을 코하쿠에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무심한 눈동자란.
「고마워요, 고양이 님」
코하쿠는 아기 고양이에게 얼굴을 가져가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잠깐이지만 당신을 안아줄 수 있었습니다. 내일도 잠깐 안아봐도 괜찮겠어요?
매일, 조금씩, 저랑 같이 있어줄 건가요?」
아기 고양이는 야옹, 하고 울고선 그대로 웅크리고 엎드려버렸습니다.
코하쿠는 후훗, 하고 웃었습니다.
그리고 선잠이 든 주인 쪽을 쳐다봅니다. 그 옆에 앉아 좀 더 편히 잠잘 수 있도록, 그 신체를 살짝 껴안습니다.
자신의 따스함을 나누어주려고,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살짝 받아들였습니다.
그 천진난만한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그리고 온화한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도중에 코하쿠의 의식도 부드러운 잠 속으로 빠져들어갔습니다.
그건 분명, 아무 걱정 없는 평온한 수면일 것입니다.
「여어, 코하쿠 씨, 아키하――」
아키하를 찾으러 간 코하쿠까지 돌아오지 않았기에 걱정이 된 시키도 정자로 왔습니다.
「어?」
우산을 접으며 정자를 들여다본 시키는 그 광경에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어째선지 아키하와 코하쿠가 서로 달라붙은 듯한 모습으로 낮잠을 자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앞의 테이블에는 그 아기 고양이가.
시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기 고양이를 안아올리고 자신 또한 벤치에 걸터앉았습니다.
눈 앞에서는 아키하와 코하쿠가 평온하게 잠들어있습니다.
두 사람을 깨울까 생각하기도 해 본 시키였지만, 그 온화하게 잠든 얼굴을 본 나머지 그럴 마음도 사라져버렸습니다.
쓴 웃음을 띄우며 아기 고양이를 무릎에 앉힙니다.
「아무래도 너 들켜버린 것 같구나. 뭐, 큰일이 없어서 다행이었어. 어차피 나중에 혼 좀 나겠지만 말야」
아기 고양이는 흥미 없다는 듯 하품을 하며 시키의 손을 무심히 핥았습니다.
시키는 문득 힘을 빼며 벤치에 몸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숨소리를 내고있는 두 사람을 지켜보면서, 촉촉히 계속해서 내리는 빗소리에 역시 가만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 무렵 부엌에서는 히스이의 야망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습니다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
<了>
*조리(ぞうり)
많이들 아시는대로, 일본식 전통 신발..
*개다래 (마타타비/マタタビ)
고양이가 좋아한다는 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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